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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은
내가 생각하는 한 글
‘를’은 한국어의 조사 중 하나로, 어떤 말을 목적어로 만드는 역할을 하는 글자다. 북 디자이너는 작가도 아니고, 번역가도 아니지만 책의 꼴을 만들고 목적을 규정하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조사와 닮았다. 특히 ‘를’은 180도로 반전시켜도 ‘를’이고 가로획이 일곱 개나 되는데, 일곱 개의 가로획만을 쌓아 만들어 조형적 특별함을 극대화했다. 그런데 이 문장에는 ‘를’이 몇 번 쓰였을까? 없어도 괜찮을 것 같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를’은 그런 글자다.
작가 소개
홍익대학교에서 회화와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출판사 열린책들의 디자인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https://www.instagram.com/jieunhah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