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레터링은 1920년대 광고나 책의 제목용으로 쓰인 고짓구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그중에서도 고짓구체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텅’을 선택했다. 고짓구체는 닿자와 홀자가 구분되지 않고, 비규칙적으로 연결되고 분리되는 것이 특징인데, 한 글자 ‘텅’이 그 특징을 잘 보여주는 낱자 중 하나이다. 줄기의 끝이 넓적하게 뻗친 것도 이 레터링의 특징인데, 손으로 그린 원도의 개성을 살려 더 도드라지게 표현했다.
작가 소개
글꼴 스튜디오 ‘노말타입파운드리 Normal Type Foundry’를 운영하고,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PaTI’에서 강의합니다.
한 글자만으로 지면을 지배하는 밀도 있는 모습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구조와 형태적 재미, 주제 표현에 용이한 글자를 생각했다. ‘칡’은 쓰는 방식에 따라 획 표현이 용이했는데, 동세가 느껴지는 구조로 진행했다. 또한, 글자 자체로 획 간의 응집력이 있는데, 형태와 표현을 단단하게 잡고 풀어주다 보니 한층 더 긴밀한 모습으로 표현됐다. 질감을 더할 때는 보석의 모습을 떠올렸으며, 하나만으로 큰 가치를 가진다는 점과 한 글자로 표현하는 맥락을 이어보고자 했다.
작가 소개
kigtype을 운영하고 있는 글자 디자이너 강인구입니다. 한글의 새롭고 다양한 모습을 탐구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협력하고 교류해 새로운 글자 문화를 만들고자 합니다. <아라리오>, <청송>, <빈틈>, <조각도>를 디자인했습니다. 현재 한글타이포그라피학교에서 글립스와 한글 디자인을 가르칩니다.
민속박물관의 로고를 위한 글자로, 한옥이나 목가구의 결구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했다. 가로 획과 세로 획이 맞닿는 부분을 서로 교차되게 하고, 잉크 트랩으로 교차점의 결구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시안으로 작업한 글자들 중 이러한 특징을 가장 간결하고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글자로 ‘관’을 선택했다.
작가 소개
‘포뮬러’의 일원으로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하며, 글자와 글자를 다루는 것에 보통 이상의 관심을 가지고 있다. ‘2021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과 ‘2023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을 수상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엣지 구버전의 텍스트 인코딩/디코딩 중, UTF-8로 저장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긴 문서를 EUC-KR로 불러오면 문자열 ‘占쏙옙’이 나온다. 여기에서 쏙을 골라 글자를 만들었다. 이질적 시각요소를 조합하고자 해서 로마자의 특정한 요소와 초서/행서의 특정한 요소를 결합했다.
한글에서 수평적인 성분을 가장 많이 담고 있는 글자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를’이라는 글자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를’ 글자는 대부분 수평선을 활용하여 형성되며, 총 7개의 수평선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9개의 수평선을 사용하면서도 최소한의 연결만으로 ‘를’을 형상화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수평선의 반복과 최소한의 연결을 통해 ‘를’을 인지적으로 상기시킬 수 있는 글자를 디자인했습니다.
작가 소개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다. 브랜딩과 북디자인 그리고 패키지 디자인 등을 작업하는 크리에이티브 컨설팅 HTM에서 디자인 팀장이다.
피읖은 그리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띤다. 특히나 활자를 이루는 낱글자 속 피읖은 주변의 요소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오히려 활자의 공간을 다듬고, 인상을 더한다. 여러 의미를 지닌 한 글자 단어이자, 많은 단어에 속해 다양한 뜻을 만드는 ‘편’은 여러모로 피읖을 잘 내보이는듯하다. 유연함이 만드는 견고함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편’을 갈무리했다.
작가 소개
글자를 다루고, 그리며 이에 관한 교육을 한다. 2018년에 세로짜기 전용 글자체 〈갈맷빛〉을 출시했고, 현재는 세 가지 굵기로 구성된 본문용 민부리 활자가족 〈지백〉을 그리고 있다. 《타이포잔치 2021》, 《50인, 50꼴》(2020), 《뷀코3 포스터타운 단도전》(2019) 등의 전시에 참여했고, 월간 『디자인』, 『출판문화』 674호 등에 작업을 소개했다.
‘를’은 한국어의 조사 중 하나로, 어떤 말을 목적어로 만드는 역할을 하는 글자다. 북 디자이너는 작가도 아니고, 번역가도 아니지만 책의 꼴을 만들고 목적을 규정하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조사와 닮았다. 특히 ‘를’은 180도로 반전시켜도 ‘를’이고 가로획이 일곱 개나 되는데, 일곱 개의 가로획만을 쌓아 만들어 조형적 특별함을 극대화했다. 그런데 이 문장에는 ‘를’이 몇 번 쓰였을까? 없어도 괜찮을 것 같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를’은 그런 글자다.
작가 소개
홍익대학교에서 회화와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출판사 열린책들의 디자인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정사록은 금속조형디자인과 시각디자인을 공부했다. 평면과 입체를 오가는 작업을 꾀하며, 일상에서 포착한 순간에 다가가 이를 늘리고 연결하고 포개며 전체를 조망하기를 즐긴다. 질문에 답하며 생각하고 민첩하게 디자인하는 책 『design agility + QQ』를 기획하고 디자인했으며 이외에도 디자이너로서 관심사를 출판, 워크숍, 전시로 풀어내고 있다.
글자와 글자 외의 공간은 칼같이 나뉘어 있지만 글자를 그릴 때는 그 경계가 모호하게만 느껴진다. 한글을 그리다 보면 획은 별로 없어도 흰 종이에 점 하나를 찍는 것처럼 어려운 글자들이 종종 있다. ‘니’가 나에게 그런 글자이다. ㄴ과 ㅣ의 사이의 공간은 생각보다 미묘하기에 공간이 커 보여 공간을 줄여 놓으면 다음 날에는 좁아 보여 다시 넓히게 된다. 이것을 반복하다 보면 종종 지쳐버리는데, 그럴 때마다 답은 없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일밖에 없음을 떠올린 뒤 묵묵히 다시 작업을 이어 나간다.
‘판’은 일이 벌어지는 자리이자 장면을 말한다. 나는 더 많은 사람이 모여 더 즐겁게, 안전하게, 오래 일할 수 있는 새로운 판의 모습을 그려보곤 한다. ‘판’은 구성요소의 대부분이 직선인데다 단어의 뜻 때문에 ‘인쇄판’이나 ‘판본체’ 등 사각형의 물체가 쉽게 연상되는 글자다. 이 글자를 리본이나 콘페티에 가까운 자유곡선으로 그리고 ㅍ의 속공간에 다양한 기호들을 채워넣었다. 새롭게 만들어갈 ‘판’의 모습을 상상하며.
작가 소개
서울의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눈디자인에서 실장으로 일한다.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 FDSC의 운영팀으로 활동하며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디자인 업계를 위해 다양한 콘텐츠와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소리체’를 디자인할 때 조선시대 훈민정음 옛 자모를 그리게 되었다. 그중 ‘ᅘ(쌍히읗)’의 독특한 표정이 유난히 재미있어서 즐겁게 그렸던 기억이 있다. ᅘ은 획이 많고 복잡해서 시각보정하기 까다로운 글자이다. 그래서 획과 획이 만나는 지점을 과감히 깎아내어 시각적으로 뭉치지 않게 만들었다. 이러한 숨어있는 글꼴 디자이너의 미세한 보정을 강조해서 디자인해 보았다.
작가 소개
글꼴 디자이너이자 연구자. 함민주 디자이너와 함께 <글립스 타입 디자인>을 공동 집필했다. 대표 글꼴로 ‘옵티크(2019)’, ‘소리체(2020)’, ‘네이버 마루부리(2021)’, ‘기후위기폰트: 한글(2022)’이 있다.
한글 중에서도 겹받침까지 모두 포함한 글자들에 안정감을 많이 느낀다. 조합 자체는 가능하나 지칭하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아 볼 수 없는 겹받침 글자 조합들도 꽤 많은 것 같다. 한 글자를 생각할 때 왠지 겹받침 중 ‘-ㄱ’으로 마무리되는 글자들이 떠올랐다. 레터링 한 ‘삵’이라는 단어는 멸종 위기의 그 동물 ‘삵’이 맞다. 고유어이면서 다른 의미들은 없고 겹받침을 포함한 글자라는 점이 동물과 꽤 닮아서 마음에 들었다.
작가 소개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건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를 졸업 후, 세종문화회관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Orkidist’라는 독립 디자이너로 잠시 활동 중이다. 임의의 상황을 가정하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우연적인 모습들을 관찰하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이름의 가운데 글자인 ‘세’라는 글자를 좋아한다. ‘세상’이라는 뜻을 가진 ‘세’는 ㅅ의 곡선과 ㅔ의 직선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형태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이 이름을 불러줄 때 부드러운 기분을 풍기는 것이 썩 마음에 든다. 생김새와 발음이 가진 수려함을 마치 리본이 이어지는 부드럽게 연결되는 형태로 그려냈다.
작가 소개
국문학과 시각디자인을 공부했고, 그래픽 디자인을 기반으로 물성과 표현의 경계 없이 다양한 작업을 하고자 한다. 현재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인 29CM에서 BX 디자인 파트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아름다운 것은 눈을 즐겁게 하지만, 의미를 담은 것들은 마음을 울린다. 문자도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렇다. 알록달록하고 시원스러운 획들은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과거 사람들이 소망하는 것들을 꾹꾹 눌러담아 그려진 글자들이기에 가치가 있다. 글자의 겉과 속이 모두 한 마음 한 뜻인 것이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중 한 글자로 된 ‘복’을 골라 혁필화 문자도 형식을 차용해 그렸다. 글자의 뜻뿐만아니라 모양을 이루는 요소들까지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작가 소개
회사 안팎에서 글자를 그리고 있다. 글자 기반의 그래픽 작업을 즐기며, 스스로 앞으로의 작업들을 기대하고 있다. 문어발 하나하나에 초심이 가득하며, 덕분에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는 하루를 보내는 중..
쌍 이라는 글자를 발견한건 슈퍼에서 본 아이스크림. 거기에 쓰여진 ‘ㅆ’ 이 얼마나 안정적이고 귀여웠는지. 귀여운 ‘ㅆ’ 을 그리고 싶었고 내가 그린 ‘ㅆ’ 에서 엄마가 꽂아주던 촌스러운 머리핀을 보았다. 어렸을 때 사진 속 내 앞머리는 왜 깻잎 머리였을까? 촌스럽지만 귀여운 내 과거의 앞머리를 회상하며...
작가 소개
경기도에 사는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중이다. 삶과 디자인을 이어갈 수 있는 하루하루를 그려보고 있다.
고민도 없이 익숙한 내 이름 중 한 글자 ‘예’를 골랐다. 사람들의 얼굴을 모아 글자를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해 글자를 그림으로 꾸며보았다. 가까이에선 개성있는 멋진 얼굴들 하나하나가 보이고 멀리 서는 얼굴들이 모여 ‘예’로 보일 수 있는 귀여운 장면을 그리고 싶었다.
작가 소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사람과 고양이, 강아지를 좋아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상상해 귀여운 이미지를 그린다.
좋아하는 한 글자라기 보단 뜻과 의미가 잘 닮아있는 것처럼 생긴 한글을 떠올려보았다. ‘칼’이라는 글자는 그 자체로도 날이 서있고 또 사선으로 매끄럽게 떨어지는 덧줄기조차 잘 벼린 칼날처럼 날카롭다. 그래서 칼날 끝이 서있는 것 같은 획과 예리하게 떨어지는 뾰족함을 강조한 ‘칼’ 자체의 글자를 떠올렸다.
작가 소개
흥미로운 형태의 글자를 그려 인쇄 매체 그래픽, 브랜딩, 일러스트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접목시켜 작업하는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동시에 29CM 크리에이티브디자인팀에 소속되어 근무하는 BX디자이너이다. 인하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타이포잔치 2021: 거북이와 두루미’, ‘ORGD 2022: 디자이너 X의 설득’ 등에 참여했다.
땡! 우리는 왜 이렇게나 자주 틀리는지요. 하지만 이것이 더 나은 내일의 내가 되기 위함임을 압니다. 내일은 조금 더 잘 맞는 내가 되길 바라며, 주저앉지 말고, 얼음, 땡! 그리고 종을 울리자, 땡땡땡! — 힘차게 외치는 “땡” 소리를 상상하며, 있는 힘껏 붓으로 써내려간 글자를 그렸습니다.
작가 소개
레터링과 한글 폰트 디자인을 하는 타입 디자이너. 세로쓰기를 위한 제목 폰트 ‘광장’을 그리고 있다. 살아있는 듯한 글자를 그리는 데에 관심이 있다.
평소 새를 관찰할 때면 새의 울음소리를 따라 시선을 움직여야 새를 발견할 수 있다. ‘쫵’은 새의 울음소리를 들려준다. 글자가 동반하는 여러 감각을 상상했을 때, ‘쫵’은 빽빽한 마찰을 통해 크게 울리는 소리를 상상하게 하기도 하고, 좁고 날카로운 소리로 귀를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쉿”은 다른 글자들에 비해 소리에 비해 숨의 비중이 높은 글자입니다. 소리 비중이 적은 글자임에도 모두를 주목시킬 수 있는, 또는 주변을 정리할 수 있는 사회적 함의를 담은 글자라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이 글자를 발음할 때, 숨의 시작과 마무리 모습은 빳빳하게 펴져 있기보다는 둥글게 말려있을 것 같습니다. 입 사이로 새어 나온 숨이 맺어지기 위해 원래 자신의 자리에 되돌아가는 것만 같은 “쉿”의 모습을 형상화했습니다.
‘쉘’은 한글이지만 한글 단어에서 쓰이는 경우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대체로 외국어 발음을 표기하는 데 쓰이는데, 훈민정음 서문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천지자연의 소리를 표기할 수 있는 한글의 기능을 잘 보여주는 글자라는 생각이 든다. 별개로 ‘쉘’의 어감을 좋아하기도 한다.
작가 소개
‘노타입’의 글꼴 디자이너로 활동했으며, 《소리체 Pro》(2021)와 《기후위기폰트:한글》(2022) 제작에 참여했다. 현재 AG 타이포그라피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탕!”이라는 총소리를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글자 하나지면 거기에서 총을 쏠 때의 반동과 액션이 느껴지게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가독성이 좋은지는 잘 모르겠네요?
작가 소개
UX디자이너 겸 기획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32 「날」유건욱
내가 생각하는 한 글
나날이 행복하고 싶어서 ‘날’을 선택했다. 내가 느끼는 행복의 이유들 중 하나는 날씨다. 선선한 날씨와 함께 파란 하늘에 구름이 옹골차게 뭉쳐져 있으면 참 행복해진다. 글자는 강약 조절로 역동적인 텐션을 느낄 수 있고, 보는 사람들 또한 저절로 힘이 생기고 기분이 좋아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게 되었다.
작가 소개
글자를 꾸준히 그리고 싶은 사람이다. 설립체를 만들었고, 계원예술대학교 졸업 이후 여러가지 경험을 해보고 있다.
채색 ‘채’, 본인의 이름 중에 한 글자를 선정하여 서명할 때 표현되는 속도감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작가 소개
박채희는 타이포그래피를 기반으로 다양한 매체를 다루는 독립 디자이너다. 출판사(P.P.p)와 그래픽 스튜디오 Parking Page를 운영한다. 새로운 관점과 서사를 담은 그래픽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작업을 하며 이것을 인쇄 매체부터 공간까지 체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전시 기획 및 참여, 출판 등의 활동을 하며 일상과 연관된 프로젝트를 추구한다.
아이라는 생명체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바로 너무나 ‘이쁨’. 사실 이 단어로도 부모가 느낀 감정을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지만 항상 이쁘고 기쁘게 만들어주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쁨’이라는 단어로 제작해보았습니다. 4개로 구성된 자음 모음에 우리 가족을 담고 있으며 오랫동안 ‘이쁨’을 주고 받으며 ㅂㅂ에는 사랑하는 두 딸, 그 밑을 지키는 가장 소중한 아이들의 엄마이자 아내, 가장 아래는 모든 것을 감싸 안고싶은 제 모습을 넣었습니다.
내 이름에 들어가는 ‘은’은 보조사로 대상을 지칭할 때 쓰이는데 어떤 단어 옆에서도 역할을 잃지 않는다. 유연하면서도 단단한 ‘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자이다.
작가 소개
자유로운 그래픽 디자이너.
37 「둥」김민정
내가 생각하는 한 글
저는 큰 고민할 것이 없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딱 한 글자를 선택을 하라니, 처음부터 내 동생 둥이(세상귀염천재 믹스견)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둥’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둥이는 약간 새침 도도한 성격에 나비 같은 귀를 가진 빠삐용 강아지를 닮았어요. 그래서 귀여움(둥글둥글 곡선의 표현) 3스푼, 나비 귀(가로보의 형태) 2스푼, 새침함(약간의 기울기) 1스푼의 비율로 만들었답니다.
작업시 가장 먼저 디자인 구상을 시작하는 자소가 ‘ㅁ’이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모음이 ‘ㅠ’이다. 이 둘의 조합인 뮤를 선정했다. 그리고 우연히도 뮤는 그릭문자 ‘μ’의 발음이기도 하다. 뮤는 미크론(micron)의 줄임말로 뜻은 매우 작은 입자를 의미하기도 한다. 서체디자인의 맥락과도 너무 잘맞지 않나 싶다!
작가 소개
국민대학교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석사과정과 네덜란드 헤이그 왕립 예술학교(KABK) 타입미디어(TypeMedia)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현재 한글, 라틴 중심의 글꼴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제6회 방일영문화재단 글꼴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되었고, 2019년도 일본 모리사와 타입 공모전 라틴 카테고리에서 금상을 받았다. 현재 로리스 올리비에와 글꼴 제작 스튜디오인 lo-ol type studio를 운영 중이다. 대표 글꼴로는 아리온(Areon), 아르바나(Arvana), 기파란(Giparan), 오흐탕크(Ortank) 등이 있다.
‘해’라는 한 글자는 태양을 이르는 말과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365일 동안의 시간을 세는 말로 불립니다. 또한 ‘하다’처럼 활동을 하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합니다. 그러하듯 저에게 있어 ‘해’라는 한 글은 능동적이고 생명이 넘치는 한 글자입니다. 레터링에는 타오르는 태양 아래에서 한 해를 살아낸 지구의 식물과 동물, 인간의 삶에 대해 떠올리며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나의 첫 조카는 봄에 생명이 시작되어 태명도, 이름도 봄이 되었다. 조카의 탄생으로 나에게 봄은 단순히 계절이 아닌, 새로운 시작, 생명의 시작, 새로운 만남, 따뜻함, 사랑스러움 등의 의미로 확장되었다. 봄의 살랑거리는 바람을 자음과 모음을 연결시켜 표현했고, 굵은 획으로 점을 찍듯 꽃잎의 형태를 표현해 글자처럼 모든 순간이 행복한 꽃이 되어 바람으로 연결되고 봄 같은 매일을 맞이하길 바라는 이모의 마음을 담았다.
작가 소개
한글 레터링을 좋아하는 7년 차 디자이너입니다. 간헐적으로 글자를 그리고 있지만 한글 레터링으로 밥벌이하는 꿈을 작게 가지고 있습니다.
너의 어떤 점이 좋은지에 대해 친구 ‘수’가 물었다. 그리고 꽤 오래 우리에 대해 생각했다. 너의 어떤 점은 우리의 어떠함이지 아닐까. - 너의 어떤 점이 나의 어떤 점이 되고 그런 점들이 맞춰지는 혼란이 이제는 그네타기처럼 재미있다. 우리일 때의 너가 좋다. 그리고 너에게로 기울어진 나의 어떤 점이 좋다.
평소 록 음악을 즐겨듣는데 ‘00도 락이다’라는 밈을 좋아한다. 어떤 단어든지 끝에 ‘락’만 붙으면 뭐든지 락(ROCK)이 된다는 뜻이다. 도시락, 희로애락, 오락가락, 탈락, 나락, 폭락... 음악과 전혀 관련 없는 단어부터 부정적인 뜻을 가진 단어까지 모조리 록 음악처럼 흥겨운 감성의 락(樂)으로 만들어 버리는 게 핵심이다.
‘락(樂)’과 ‘ROCK’은 언어는 다르지만 ‘흥겹고 신나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는 것 같다. 두 단어의 이미지가 동시에 느껴질 수 있는 글자를 표현했다.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타고 즐겁게 춤을 추듯이!
작가 소개
평일에는 서울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주말에는 인천에서 로컬 매거진 팀의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그림과 레터링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일과 취미의 경계가 없는 삶을 살고 있다.
타입 디자이너. 세로쓰기 반흘림 서체 달슬(2018)을 만들었다. 한글 디자이너 최정호의 동아명조 활자를 분석해 한글 활자의 현대성(2019)을 발표하고 동시에 최정호의 동아명조를 바탕으로 한 본문용 서체 초행(2022)을 제작했다. 현재 산돌에서 타입 디자이너로 일하며 SD 노벰버, Sandoll 시티산스, 흑송, Comp Sans 등을 제작했다.
빨갛다와 붉다, 다홍빛과 선홍빛, 불그스름하다와 시뻘겋다,…, 여러 표현을 통해 빨간색을 떠올려보면 모두 다르게 느껴진다. 한글의 아름다움은 이렇듯 미묘한 차이를 언어로써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붉’이라는 글자를 의인화해 상상해보자면 ‘빨’이나 ‘뻘’처럼 강인한 원칙주의자지만 알고보면 부드러운 사람일 것이라 생각해 획이 굵지 않지만 유려한 힘이 느껴지도록 그려보았다.
작가 소개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그래픽디자이너. 세상 모든 것을 경험해보고 싶지만 좋아하는 것을 추리다 보면 결국 근본에 충실한 것이 취향이다. 그럼에도 굳이 찍어먹어봐야 아는 스타일.
동생이 길에서 데려온 아기 고양이와 인연이 되어 함께한 지 4년 차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 고양이가 맞는지, 햄스터는 아닌지 했을 정도로 작고 약한 이 친구가 건강하게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에 ‘정황룡’이라는 강한 이름을 지어주었어요. ‘룡’이라는 글자는 황룡이에 대한 저의 애정과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하는 바램이 담긴 글자입니다. 이런 저의 마음이 부적이 되어 황룡이가 저와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지내주었으면 합니다.
작가 소개
디자인하는 집사이자 생활체육인입니다. 가늘고 길게 사는 게 꿈이에요.
49 「한」자은
내가 생각하는 한 글
‘한’은 나의 이름 성이자 나라 한, 감정을 다루는 한, 또는 글자가 된다. 이 모든 뿌리의 근원인 ‘한’은 바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의미한다. ‘한’ 이라는 정서는 분노와 좌절 등이 한데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다. 하지만 옛 선조들은 체념이 아닌 민요와 판소리로 슬픈 감정을 떨쳐낸다. 폭력으로 유발되지 않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를 승화한 것이다. 따라서 ‘한’을 슬픔의 정서보다 우리나라의 고유한 즐거움과 다양한 감정이 한데 모인 흥의 정서로 재해석했다. 풍류가 느껴지는 초성 ‘ㅎ’의 강약과 부드럽게 이어지는 표현이 특징이다.
작가 소개
세상 모든 다양성에 귀 기울이며 존중하고 실천하는 디자이너입니다. 한 가지에 국한되지 않은 여러 방식으로 풀어내는 걸 좋아합니다.
‘훨’은 다양한 형태를 상상하게 하는 글자라고 생각한다. 상태를 나타내기도 하고, 기분을 나타내기도 하며, 소리를 나타내기도 한다. 너무 추상적이지도 의미적이지도 않은 글자인 탓에 익숙하지만 각자의 상황에 따라서 다른 경험들을 함축한다. 적당히 거리를 둘 수도 있고, 가까이할 수도 있다.
일에도 마음에도 몸에도 근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근력을 키우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조금씩 강도를 높여가며 반복 수행해야 한다. 지나치게 강도 높은 운동(또는 일)을 반복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다간 다치기 쉽고 금방 지쳐서 포기하게 된다. 열심히 불태울 때도 있지만 쉬거나 약한 운동을 하며 템포를 조절해야 한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다.
‘근’이라는 글자로 그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강했다가 유연하게 얇아지기도 하고, 날카로웠다 다시 부드러워진다. 그리고 그런 형태가 무한히 반복된다.
작가 소개
낮에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디지털 ‘서비스’를 만들고, 밤과 주말엔 타이포그래피 아트워크를 만듭니다. 한글 티셔츠를 만들기도 합니다.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이지. -반고흐 [영혼의 편지] 중에서
많은 이들에게 그렇겠지만 나에게 별이란 특별히 의미 있는 글자, 단어이다. 힘들거나 지칠 때 혹은 기쁘거나 신날 때, 감정이 복잡할 때면 하늘을 바라보게 되고 하늘에는 언제나 별이 떠있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는 것만 같은 존재, 그리고 계속 머물러 있을 것만 같은 존재.
해부학적인 관점에서 인체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사람은 몸을 제외하고서는 그 존재를 설명할 수 없다. 인체란 그만큼 가까운 무엇이지만 동시에 미지의 영역이기도 하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우리 몸의 내부를 직접 들여다 볼 수 없다. 그 점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신체에는 한 글자로 된 이름이 꽤 많은데 그 가운데 가장 신비로운 부위이자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는 ‘뇌’를 레터링 글자로 선정하게 되었다.
디자이너의 일상은 계획과 우연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감을 유지하는 삶이다. 우연이 비집고 들어갈 틈 없이 촘촘하게 짜인 설계는 정확한 비례와 균형을 구축할 수 있게 하지만, 나를 다른 작업자와 구분하게 해주는 요소는 때때로 우연의 힘을 빌려 탄생한다. 긴장과 이완 사이 작은 ‘틈’은 디자이너에게 낯선 시각으로 작업을 환기할 수 있게 한다. 글자 사이사이에 뼈대처럼 놓인 틈과 틈 사이의 균형감을 라인과 면의 대비를 통해 시각화하고자 했다.
작가 소개
영국 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RCA)에서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같은 학교에서 1년간 그래픽 디자인을 강의했다. 2011년 RCA 졸업 작품이자 타이포그래피 설치 작품인 「Life: 탈북 여성의 삶」이 영국 잡지 『크리에이티브 리뷰』의 ‘올해의 스페셜 초이스’ 중 하나로, 2012년 영국 디자인 위크의 ‘올해의 떠오르는 스타’, 런던 사치 갤러리의 ‘사치 뉴 센세이션 20인’으로 선정됐다. 런던의 반브룩 스튜디오와 와이 낫 어소시에이츠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다. 2013년부터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을 운영하며 동료들과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있다. 2017년 AGI(국제그래픽연맹) 회원으로 선정됐으며,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시각디자인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런던에서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어떻습니까』(지콜론북, 2013)이 있다.
빛이라는 글자는 외곽 변화가 많은 글자입니다. 빛이 가지고 있는 성질도 수억 개의 외곽 변화로 표현되며 그 형태도 별의 숫자만큼 다양하기에 금색 실로 뻗어나가는 빛줄기들을 금실로 표현했습니다. 제가 빛을 사랑하는 이유는 밝게 빛나기 위하여 어둠이 함께 있어야 하며, 그 어둠의 양이 빛보다 많아야 진정으로 밝게 빛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 소개
안녕하세요. 시선소핫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강지민 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뜨거울 수 있는 작업물을 만들고 공유합니다. 특히 활자와 움직이는 것을 사랑합니다.
‘씨’ 혼자 있을 때에는 주로 꽤 험한 말처럼 보이지만, 다른 단어들과 함께 한다면 아무개‘씨’처럼 상대를 높이는 존칭이자, 크로바‘씨’와 같이 대상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기도 한다. 사물에 인격을 넣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아닐 수 없기에 선정한 한 글자이다. 또한 그만큼 아무개씨에서도 무척 중요한 글자이기에 나의 필체 그대로 ‘씨’를 그려보았다.
작가 소개
촌스러워서 좋은 것들을 만드는 아무개씨입니다. 추억이 담긴 제품을 만들어 냄으로써 촌스러움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광’이라는 글자는 빛과 미치다를 동시에 의미한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지만, 즐기는 사람은 그것에 미쳐 있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미쳐 빛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자를 그렸다.
작가 소개
빠른손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인/웹 개발 스튜디오입니다. 브랜딩, 아이덴티티, 포스터, 책, 웹사이트 등을 디자인하며 다양한 매체들을 적절히 활용하고자 합니다. 빠른손 스튜디오는 직관적이고 선명한 시각 언어를 지향합니다.
두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특히 ‘방귀’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7세 둘째가 ‘방귀’ 이야기할 때면 우리는 크게 웃으며 서로의 교감을 쌓아간다. 즐거운 대화에 ‘방귀’는 너무 즐거운 소재이며, 아들과 관계를 돈독하게 해준다. 한 글자를 ‘방’으로 선정한 이유는 바로 이런 기억을 작업으로 표현하기 위해서이고, 형태와 색상에 특히 이 기억을 담으려 노력했다.
작가 소개
그래픽 디자이너 정영훈. 글자에 변화를 주는 작업을 즐겨하며, 주로 한글로 작업을 한다. 꾸준하게 스스로 작업 세계관을 만들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Korean Institute of Technology and Culture at Samarkand International University of Technology 대학교에 Professor, Head of Department of Design으로 재직 중이다.
저는 한 글자로 ‘새의 날개’를 뜻하는 ‘깃’을 선정했습니다.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 무엇으로 태어날래?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새’로 태어나고 싶다고 자주 답변하곤 하는데요. 새가 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날개를 활짝 펴고 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활강하는 모습이 어찌나 시원하고 가벼워 보이는지 눈을 뗄 수가 없더라구요. 제가 생각하는 자유로움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글자를 감상하시는 분들도 그런 가벼움과 시원함, 그 너머의 자유로움을 느끼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 소개
타입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이응입니다. 일로도, 취미로도 글자를 그리며 그 사이의 경계를 아슬하게 외줄타기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좀 더 자유롭고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서체가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자를 그리고 있습니다.
‘즐’이라고 하면, 2000년대 초반 내 또래 사이에선 장난스런 비속어로 쓰였다. 주로 상대의 말을 차단하거나 대화를 끊어낼 때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이 단어가 완전히 잊혀진 요즈음, 어머니의 문자에서 ‘즐~’이라는 문자가 날로 빈번해졌다. 다른 세대에서는 ‘즐산, 즐일, 즐주말’과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는 의미의 인사말로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누군가에겐 자칫 비속어로 느껴질 수 있으니, 즐겁고 경쾌한 곡선이 우선적으로 읽히도록 리듬감있게 디자인했다.
작가 소개
서울에서 학사를 졸업한 뒤 독일 브레멘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에서 활동하는 독립 디자이너이다. 그래픽, 브랜드 아이덴티티 등 시각디자인 분야에서 매체에 따른 물성을 탐구하며 작업하고, 컴퓨터와 소통하며 웹을 시각표현의 도구로 활용하는 데에 흥미를 느껴 웹을 이용한 그래픽 작업을 한다. 때로는 공예스럽게 디자인을 대하고, 디자인스럽게 무언가를 만든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꿈을 가지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꿈은 모두에게 가능성이 열려있고 희망을 주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레터링을 진행하면서 꿈이라는 글자가 자유롭게 유영하는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었고 곡선을 활용해 부드러운 형태를 강조해 디자인했다.
작가 소개
jun.works는 뉴욕과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홍준기의 1인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추상적인 그래픽 언어를 활용해 간결하지만 영향력 있는 시각적 경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주로 타이포그래피 작업물과 브랜드 아이덴티티 작업을 수행하며 Nike, Spotify, Converse, Riot Games, Red Bull 등의 기업과 협업하여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다양한 유형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망상, 공상, 상상. 나는 하루 종일 생각을 멈추지 못한다. 생각이 많다는 생각까지 많이 할 정도로. 끊임없이 이어지고 중첩되고 전환하는 내 생각들을 떠올리며 ‘생각하다’의 의미를 지닌 글자 ‘상(想)’을 그렸다. 밝고, 어둡고, 차갑고, 따뜻하고, 부드럽고, 날카로운 생각들은 어지럽게 뒤엉켜있다. 이를 다양한 색상과 곡선, 직선들의 조합으로 표현했다.
작가 소개
그래픽 디자이너. 주로 공연예술 분야에서 그래픽과 편집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타이포그래피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
순우리말인 ‘달’을 선택했습니다. 인간의 시간을 훨씬 뛰어넘어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달은 우리 눈에는 그저 보이기만 할 뿐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아서 수많은 상상을 하게 한 것 같습니다. 그런 ‘달’을 한글의 자음, 모음을 단순, 확고하게 가져가면서 너무 규정짓지 않도록 여지가 있는 형태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정말 많은 감정들을 경험합니다. 이 환이라는 글자는 주로 행복, 기쁨, 밝음, 슬픔, 분노, 아픔 등 여러 감정을 표현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어떤 감정은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어떤 감정은 우리에게 필요없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떠한 감정들이든 우리를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데 도움을 주며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이 ‘환’ 이라는 글자를 통해 감정이 얼마나 수많은 변화를 통해 나타나며 우리가 느끼는 이 감정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부드러운 곡선과 자유로운 선의 두께를 통해 유기적인 느낌을 강조했습니다. 앞으로 화분에 꽃이 담겨있는 것처럼 밝고 따뜻한 감정 즉 ‘환희’, ‘환호’, ‘환함’과 같은 감정이 더 많이 느껴지는 나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잔뜩 장난스러움이 묻어나는 것들은 언제나 사랑스럽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 뜻을 가지고 있는 눈이라는 한글에 매력을 느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 눈물이 흐르는 눈. 태풍의 눈. 다른 사람들의 눈길. 보는 눈이 뛰어난. 문장에서 해석되는 다양한 눈의 뜻을 뒤섞어 보면 어떨까? 눈물은 어디에서 흐르고 있나.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무엇인가. 뒤바꿔 상상한 이야기를 눈이라는 글자로 표현하였다.
작가 소개
그림 그리고, 이야기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스쳐 지나가는 작은 생각들을 모아 이야기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묵묵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는 나무를 좋아합니다. 그 나무가 우거져 모여 있는 숲도 좋아합니다. 나무처럼 자기 자리를 지키는 획들이 우거져 모여 숲과 같은 한 글자를 만듭니다. 저 또한 자기 자리에서 신념을 지키며 다양한 사람을 품을 수 있는 숲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작가 소개
서울을 기반으로 하는 서체 디자이너. 우리 사회에 필요한 목소리를 내는 작업을 ‘서체’라는 매개로 하고 있다. 조용하고 단정한 버들체, 농인과 청인 사이의 소통을 돕는 서체 핑폰(Finger Font), 다양한 이들의 삶과 정체성을 응원하는 길벗체 등 사회적 의미를 담은 한글 서체를 만들었다.
고양이를 그리는 작가라 고양이와 관련된 한 글자 ‘묘’로 선택 하였습니다. 한자를 읽을때 묘라 소리내어 읽고 한글자의 모양 또한 너무 고양이스러워서 세종대왕님의 감각에 감탄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건강한 신체를 단련하는 것이 유행인 요즘. 우리 집사님들 동거하는 고양이를 들며 근육운동 한번 어떨까요?
소망에 ‘망’ 은 ‘망할 망’ 이 아니라 ‘바랄 망’이다. 실제 이름이 소망인 나를 친한 친구들은 ‘망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나에겐 가장 친근하고 정감 가는 글자이다. 내가 좋아하는 이 글자를 일반적인 흘림체의 획 연결이 아닌 독특한 방식으로 획을 연결하여 표현해 보았다.
작가 소개
인하우스 브랜드 디자이너입니다. 회사 업무 외에도 다양한 시각적인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이름 따라 어쩌다 보니 인간 삼각형이 되었다. 이제 내게 3, 셋은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강강중약, 중약강중, 읏따읏따, 읏따따-따-읏따읏 나는 내 작업을 시각요소의 강함과 약함, 조화와 부조화, 상호간의 유연함을 강조하며 택견에 곧잘 비유한다. 헛 둘 셋 헛 둘 셋, 택견을 떠올리며 글자를 그렸다.
제가 생각하는 현대사회의 갈등은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과시욕을 드러내는 풍토가 강해지다보니, 스스로 박탈감과 열등감을 생산해낸다는 것에서 시작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주변에서 종종 자신의 비하인드씬과 타인의 하이라이트씬을 비교하는, 안타까운 행동을 목격하면서 저는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끼’를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끼’는 특별한 [재능]이 아닌 주체적인 [개성]으로서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성격입니다. 더 이상 비교를 그만두고, 각자의 ‘끼’를 가지고 서로의 다름을 ‘끼’로서 인정하고 갈등대신 사랑으로 세상을 온화하게 변화해가고 싶습니다.
작가 소개
유니크 브랜딩 스튜디오, 로즈쉐이커를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 디자이너 김하리 입니다. LOVE IS ALL!
꿀은 기분 좋은 달달함과 오묘한 맛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흔히 ‘꿀맛’, ‘꿀팁’, ‘꿀 떨어지다’, ‘꿀 빨다’와 같이 편리하고 긍정적인 기분과 경험을 빗대어 표현하곤 합니다.
하지만 꿀을 얻기 위해서는 수많은 벌의 노동과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이는 꿀 한 방울이라도 쉽게 얻을 수는 없으며, 이 과정은 편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란 뜻이죠. 저에게 한글은 ‘꿀’과 같습니다. 한글을 문제없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적게는 2,780자부터 많게는 11,172자까지 비슷비슷한 글자들을 꾸준히 다듬는 작업을 반복해야 합니다. 많은 정성을 들이면 그만큼 더욱 달달한 꿀(한글서체)이 되겠죠! 이는 비단 한글 서체 개발뿐만 아니라, 모든 디자인 영역, 더 나아가 대부분의 ‘일’에도 해당할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이든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정성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겠죠! 그래서 누가 먹어봐도 달고 편리해 보이지만 노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꿀’이라는 ‘한 글’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작가 소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서체마니아입니다. 한글에 매력에 빠져버린 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꽃’이라는 한 글자를 선택했다. 하나의 글자 이자, 글자 자체로 의미가 되는 단어로써도 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선택했다. 더불어 꽃이라는 것 자체가 작업에 자주 등장하는 요소라, 고민 없이 꽃을 고르게 되었다. 꽃이라는 단어를 이루고 있는 하나의 꽃밭처럼 보이게, 좋아하는 색채들로 채워 넣었다.
한 글자에서도, 어떤 단어로 조합이 되더라도 긍정적인 의미가 느껴지는 ‘밝’을 선정했습니다. 밝고 명랑하게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글자에서 느껴질 수 있도록 레터링했습니다.
작가 소개
키 비주얼, 아이덴티티, 전시, 브랜드, 행사 등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이 필요한 대상에게 더 나은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깊게 고민합니다. 평소 개인의 관심사와 생각을 표현하는 디자인, 한글 레터링을 취미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모티브를 새롭게 해석하여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나 그래픽 모티브와 아트웍 사용의 정당성을 가장 우선시합니다.
‘씨’는 ‘식물의 열매 속에 있는, 장차 싹이 터서 새로운 개체가 될 단단한 물질’, 즉, 곡식이나 식물 따위의 씨를 뜻합니다. 제가 디자인한 글자 ‘씨’를 보면 어떤 식물이 떠오르시나요? 야채 씨를 땅에 뿌리면 싹이 터서 야채가 되고, 우린 그 야채로 요리합니다. 서체도 어떤 서체를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 소설책이 될 수도 있고 포스터도 될 수 있습니다. 이번 디자인한 서체 주제어는 유연함, 순수함, 조화로움, 휴머니티 등이 있습니다. 버드나무를 바라보며 느꼈던 감정 그대로, 버드나무 줄기의 직선, 가지와 이파리에서 보이는 곡선을 주로 응용해서 푸른 실타래를 늘어뜨린 듯한 서체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바람 따라 산들산들한 버드나무 가지와 견고한 버드나무 줄기가 연상되고 느껴지기를 기대합니다.
작가 소개
글자를 그린다.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며 가석체(한글/라틴 알파벳 폰트)를 디자인했다. 2022년, 폰트 회사 산돌에 들어가 한자를 그린다. 다양한 언어를 능숙하게 디자인하는 서체 디자이너가 되어 전망이 좋은 집에서 살고 싶다.
‘해리’는 ‘해처럼 빛나리’를 뜻하는 한글 이름이다. ‘해’는 이름 속 태양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나른하게 웃는 소리이기도 하고 미루던 행동을 실제로 하게 만들려고 때때로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수직 수평으로 놓여있는 단단한 직사각형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둥근 부분처럼 ‘해’는 매일 뜨고, 뭔갈 해낸 뒤 배시시 웃는 모습을 상상하며 글자를 만들었다.
작가 소개
그래픽 디자이너. 스튜디오 SUPERSALADSTUFF와 동명의 출판사를 운영하며 주로 미술, 음악, 공연, 출판 분야에 필요한 디자인을 한다. 산책, 메모, 목록만들기를 좋아한다.
하나의 음절로만 구성된 단어를 선택해 단어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반영하고 싶었다. 한 글자는 ‘눈’을 선택하고, 만화에서 표현하는 방법을 활용해 제작했다.
작가 소개
양지은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다. 그래픽 디자인 겸 출판 스튜디오인 프레스룸(PRESS ROOM)을 운영하며, 시각 아이덴티티 디자인과 물리적∙비물리적 매체를 두루 다룬다. 2018년부터 동시대 디자인과 디자이너에 관해 이야기하는 그래픽 디자인 플랫폼인 ‘최근 그래픽 디자인 열기’(Open Recent Graphic Design)를 설립해 기획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대학 강의를 겸하고 있다.